
대출 규제 1년, 서울 집값은 더 뛰었다 25개 자치구 전역 상승, 전세난까지 확산
주담대 6억 원 제한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에도 시장 과열 30대 '영끌' 매수 역대 최고, 규제 역설 현실화
정부가 서울 집값 안정을 목표로 강도 높은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제 확대를 잇달아 시행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시장은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서울 아파트값은 25개 자치구 전역에서 일제히 상승했고, 전세시장마저 불안이 커지며 규제 효과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 없이 수요 억제에만 치우친 정책이 오히려 가격 상승 기대심리를 자극하며 시장 불안을 키웠다고 진단한다.
24일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한 지난해 6월 27일부터 올해 6월 15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평균 9.44% 상승했다. 상승세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았다. 강남권은 물론 강북권과 외곽 지역까지 모두 상승 흐름에 합류하며 서울 전역으로 확산됐다. 같은 기간 강북 지역 아파트값도 8.82% 오르며 강남과의 격차를 좁혔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하고 대출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초강수를 꺼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값은 추가로 7.33% 상승했다.
규제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인 강남3구와 용산구 역시 상승세를 피하지 못했다. 송파구는 13.77%, 용산구는 11.54%, 서초구는 7.69%, 강남구는 5.18% 각각 상승했다. 규제 강화가 가격을 억누르기보다 향후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북권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동대문구는 13.89%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마포구는 12.04%, 성동구는 8.49%, 노원구는 4.64% 상승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집값이 하락한 지역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 같은 상승세의 중심에는 30대 실수요층의 적극적인 매수 움직임이 자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거래 현황을 보면 서울 전체 거래에서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9월 30.3%에서 올해 4월 45.8%로 급증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거래 건수 역시 같은 기간 1,502건에서 3,444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토지거래허가제 시행을 앞둔 지난해 10월에는 한 달 동안 4,084건이 거래되며 분석 기간 중 가장 많은 매수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노원구가 2,392건으로 가장 많았고, 강서구 1,845건, 성북구 1,633건, 영등포구 1,471건, 구로구 1,412건 순으로 집계됐다.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강북과 서남권 외곽 지역으로 30대 수요가 집중된 것이다.
전체 거래 가운데 30대 비중은 강서구 45.6%, 구로구 45.3%, 영등포구 44.9%, 서대문구 42.8%, 성북구 42.3%에 달했다. 반면 강남구는 24.5%, 서초구는 24.2%에 그쳤다.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30대가 대출 한도 안에서 진입 가능한 지역을 선택하며 이른바 '영끌' 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대출 규제가 오히려 '지금 사지 않으면 더 오를 것'이라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매수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실수요를 시장으로 끌어들였고, 이는 다시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전세시장 역시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전세가격지수에 따르면 서울 전세가격은 지난해 7월 이후 올해 6월까지 평균 7.16% 상승했다. 송파구는 11.40%, 동대문구는 9.79%, 서초구는 9.46%, 성동구는 7.65% 오르며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시장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에 따른 실거주 의무 강화가 전세난을 심화시킨 주요 요인으로 보고 있다. 매수자의 실거주가 의무화되면서 기존 전세 계약이 종료되고 신규 전세 공급은 크게 줄었다. 공급 감소 속에 대기 수요가 몰리면서 전세가격은 빠르게 상승했고, 강남3구와 용산구에서 시작된 전세난은 강북과 외곽 지역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 규제 중심 정책이 지속될 경우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의 동반 상승세가 더욱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한 은행권 부동산 전문위원은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제가 공급을 위축시키는 동시에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면서 30대의 영끌 매수를 더욱 부추기는 악순환이 형성됐다"며 "매매가격 상승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수요가 다시 전세시장으로 이동하고, 전세가격 상승이 다시 매매 수요를 자극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규제만으로는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실질적인 주택 공급 확대와 수요·공급을 함께 고려한 균형 있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문의 : 031-563-2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