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가 서울 부동산시장의 중심 수요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월세 시장 불안이 커지자 주거 안정을 먼저 확보하려는 30대가 대출과 금융자산을 동원해 매수에 나서고 있다.
강남권이 가격 흐름을 주도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서울 외곽 중저가 지역의 상승세가 두드러진 배경에도 이들의 움직임이 자리하고 있다.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규제보다 공급을 통해 30대의 주거 불안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금조달계획서 집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제출된 자금조달계획서는 모두 8만2857건이었다. 이 가운데 30대가 제출한 건수는 3만1718건으로 38.3%를 차지했다.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이다.
30대는 주택 매수 과정에서 금융자산과 대출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주식·채권·가상화폐 매각대금이 주택 매수 자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3%에 그쳤으나 올해 5.0%로 뛰었다. 4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대출 의존도도 커졌다. 30대의 금융기관 대출액 비중은 2020년 28.5%에서 올해 41.3%로 12.8%포인트 확대됐다. 같은 기간 40대가 22.2%에서 26.6%로 4.4%포인트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훨씬 크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와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자금 활용 가능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 30대의 매수세는 더 뚜렷해졌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 집합건물 매매 등기는 7만2053건이었다. 이 가운데 생애 최초 매수자는 3만2856건으로 45.6%를 차지했다. 생애 최초 매수자 중 30대 비중은 56.0%였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30대가 첫 집을 마련한 지역은 강남권보다 서울 외곽에 집중됐다. 30대 생애 최초 매수자가 가장 많이 찾은 곳은 강서구로 1402건이었다.
이어 노원구 1373건, 성북구 1195건, 구로구 1122건, 영등포구 1115건 순이었다. 이들 지역은 업무지구 접근성이 비교적 좋고, 대출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15억원 이하 주택이 많은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매수세가 집중되자 가격 흐름도 달라졌다. 올해 5월까지 이들 지역의 누적 주택종합 가격 상승률은 4~5%대를 기록했다. 서울 평균 상승률 3.45%를 웃돈다. 반면 같은 기간 강남 3구의 상승률은 강남구 0.47%, 서초구 2.44%, 송파구 3.58%에 그쳤다. 과거처럼 강남권이 시장을 일방적으로 끌고 가던 흐름과는 다른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전월세 시장 불안을 핵심 원인으로 꼽는다. 1가구 1주택 기조와 실거주 의무 강화 등으로 전월세 매물이 줄면서, 임차 시장에 머무르기보다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30대는 생애주기상 임차 비중이 높은 세대지만, 전세시장의 안정성이 흔들리자 매수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생애주기 초반인 30대는 원래 임차 가구 비중이 높지만, 전세라는 대안적 주거 형태가 불안정해지면서 구매 수요가 과도하게 형성되고 있다”며 “정부 정책이 이러한 불안을 자극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30대의 매수 성향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에는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상급지 진입을 노리는 수요가 강했다면, 최근에는 감당 가능한 가격대에서 실거주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30대는 학습효과로 인해 거주와 자산 형성을 동시에 추구하며, 주거 안정을 중시하는 실용적 성향이 뚜렷하다”며 “과거처럼 상급지 진입이나 시세차익을 좇기보다 중저가 지역 매수가 많은 이유”라고 분석했다.
결국 서울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30대 수요의 성격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의 매수는 단순한 투자 열풍이라기보다 전월세 불안에 대응한 실수요에 가깝다는 것이다.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 적정한 주택 공급과 임대차 물량을 확보하고, 생애 최초 구매자의 부담을 낮추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현재 30대는 주거 불안에 반응하는 실수요 성격이 강하다”며 “이들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 적정한 주택과 임대차 공급을 늘리고, 생애 최초 구매 여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무리한 매수 수요도 조금이나마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 : 부쌤모모 모미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