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낀 집 안 판다” 서울 아파트 시장, 규제에도 더 단단해졌다
송파 용산 성동 매물 급감 집주인들 “버틴다”
갈아타기 증여 선호 확산 전세시장 불안 우려도 커져
서울 아파트 시장이 다시 ‘버티기 장세’로 들어서는 분위기다.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이른바 ‘세 낀 매물’ 거래를 허용하며 시장에 매물을 유도하고 나섰지만, 현장 반응은 정반대였다. 집주인들은 오히려 호가를 높였고, 매물은 줄었다. 시장에서는 “서울 집은 결국 오른다”는 인식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송파 용산 성동 일대 중개업소 현장에서는 “집주인들이 급하게 팔 이유가 없다”는 말이 공통적으로 흘러나왔다. 특히 강남권과 핵심 입지에서는 “지금 팔면 다시 못 산다”는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비거주 1주택자 매물이 일부 나오긴 했지만 사실상 신고가 수준으로 가격을 부르고 있다”며 “시장에 물건이 부족하다는 걸 집주인들도 너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 역시 분위기는 비슷했다. 용산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강남 자산가들이 용산 주상복합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는데, 대부분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라며 “보유세 부담보다 향후 자산가치 상승 기대가 더 크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성동구 현장에서는 “이번 조치로 매물이 대거 풀릴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한 중개업소 대표는 “비거주 1주택자 상당수가 고소득 전문직이나 자산가”라며 “과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때처럼 급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시장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한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3985건으로 한 달 전보다 16% 감소했다. 송파구는 20%, 성동구는 17.3%, 용산구는 6.5% 줄었다.
단지별 감소폭은 더 컸다. 성동구 금호동 ‘e편한세상금호파크힐스’는 한 달 새 매물이 102건에서 54건으로 줄었고,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역시 82건에서 42건으로 반토막 났다.
매물이 줄자 호가는 빠르게 뛰고 있다. 송파구 신천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파크리오와 엘스·리센츠·트리지움 등은 지방 거주 고령 1주택자들이 많아 매도 고민은 하지만 가격은 절대 낮추지 않는다”며 “오히려 최근에는 호가를 더 올려 내놓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 파크리오 전용 84㎡의 최고 거래가는 32억2000만원 수준인데 현재 시장 호가는 31억원을 웃돌고 있다. 과거 다주택자 급매가 나오던 시기와 비교하면 3억원 이상 오른 가격이다.
현장에서는 비거주 1주택자들이 집을 처분하기보다 ‘더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특히 중장년층은 상급지 이동을, 고령층은 다운사이징을 고민하는 사례가 많다는 설명이다.
성동구 금호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들은 결국 서울 집값은 우상향한다고 믿는다”며 “이제는 매도보다 증여를 고민하거나 강남 급매가 나왔을 때 갈아타기를 노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고령층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용산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고령 1주택자 매도 문의가 늘고 있지만 가격을 낮춰 팔겠다는 생각은 거의 없다”며 “면적은 줄이더라도 결국 핵심지 한 채는 계속 가져가려는 흐름”이라고 전했다.
흥미로운 점은 자녀 세대의 인식 변화다. 지방 거주 고령층이 매도를 고민해도 서울에 거주하는 자녀들이 “절대 팔지 말라”며 만류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송파구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지방 거주 1주택자 다섯 명이 매도를 상담했는데 자녀들이 모두 보유를 권했다”며 “보유세 부담이 있더라도 서울 핵심지 아파트는 결국 자산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비슷한 진단을 내놓고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 내 비거주 1주택 가운데 지방 거주자가 보유한 물량은 약 17만호 수준으로 추산된다”며 “전문직 고소득자들이 자산 축적 목적으로 매입한 경우가 많아 핵심지 매물은 쉽게 시장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전월세 시장이다.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 강화를 추진하면서 집주인들이 실거주를 선택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임차인들은 계약 종료 이후 새로운 집을 찾아야 한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세 낀 매물 거래 허용은 결국 거래를 위한 장치일 뿐”이라며 “실제 부담은 세입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새 매수자가 실거주를 원하면 기존 임차인은 계약 종료 후 나가야 한다”며 “결국 전세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시장 균형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세 낀 매물은 무주택자만 매수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며 “기존 전월세 수요자가 매수로 이동하는 구조인 만큼 총량 차원에서는 시장 불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서울 핵심지 집값 상승 기대가 여전히 강한 상황에서 정부 규제만으로 매물을 끌어내기는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결국 “서울 집은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이긴다”는 심리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