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평에 6인가구 몰렸다”…강남 ‘로또 청약’, 제도 취지 흔든 만점통장
오티에르반포 아크로드서초서 최고 가점 속출 수십억 시세차익 기대에 소형 평형까지 대가족 몰려, 청약제도 개편론 확산
강남권 분양가상한제 단지에서 수십억 원대 시세차익을 노린 ‘만점 통장’이 소형 평형에 집중되는 기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6~7인 대가족이 10평대 주택에 청약해 당첨되는 사례가 잇따르며, 현행 청약 가점제가 시대 변화와 괴리돼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오티에르 반포’ 청약 결과는 최근 시장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용 44㎡형 최고 당첨 가점은 79점으로 집계됐다. 6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사실상 만점이다. 이 평형은 5가구 모집에 3114건이 접수되며 622.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 가점 79점은 부양가족 5명을 둔 6인 가구가 15년 이상 무주택을 유지하고 장기간 통장을 유지해야 가능한 점수다. 최저 당첨 가점 역시 74점으로, 5인 가구 기준 만점 수준이다. 사실상 대가족이 아니면 접근조차 어려운 구조다.
문제는 주택 규모다. 해당 44㎡형은 방 2개, 욕실 1개로 구성된 약 13평형 소형 아파트다. 5~6인 가족이 실제 거주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좁은 공간이다. 그럼에도 청약이 몰린 이유는 분명하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주변 시세 대비 수십억 원의 차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최대 20억~30억 원대 차익 가능성이 거론된다.
실제로 이 단지는 전 평형 당첨 커트라인이 69점 이상으로 형성됐다. 대부분 타입이 71~74점대에서 당락이 갈리며 ‘만점 통장’ 경쟁장이 됐다. 전용 59㎡B형은 15가구 모집에 1만7713명이 몰리며 1180.87대 1이라는 이례적인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현상은 다른 단지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서초구 ‘아크로드 서초’에서는 전용 59㎡C형 2가구 모집에 2145건이 접수됐고, 당첨자 2명 모두 84점을 기록했다. 이는 7인 가구 기준 최고점이다. 당첨 가구는 약 18평 규모 주택에서 7인이 최소 2년간 실거주 의무를 충족해야 한다.
이 단지 역시 17억 원 이상의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곳으로 평가된다. 결과적으로 실거주 여건보다 투자 기대가 청약 전략을 좌우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청약 시장의 과열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 가점은 65.81점으로, 관련 통계가 공개된 202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강남 3구의 경우 당첨 최저 가점 평균이 2020년 54.4점에서 지난해 69.5점까지 상승했다. 4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고점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편법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위장전입이나 가족 구성 왜곡을 통한 가점 끌어올리기가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래미안 원펜타스’에서는 만점 통장 당첨자 중 위장전입 사례가 적발된 바 있다. 정치권 인사까지 연루된 ‘위장 미혼’ 논란도 청약 제도의 허점을 드러낸 사례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1~2인 가구가 증가하는 현실과 달리, 현행 가점제는 다자녀·장기 무주택 중장년층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권대중 한성대 교수는 “모든 세대가 동일 물량을 두고 경쟁하는 방식은 불합리하다”며 “연령대별 경쟁 구조를 도입하고 부양가족 인정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로또 청약’이 불러온 왜곡된 경쟁이 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실수요 보호라는 본래 취지를 살릴 것인지, 투자 수요를 일정 부분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선택이 시장의 다음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