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현장의 고질적인 인허가 지연 문제를 줄이기 위해 ‘신속통합기획 2.0 정비사업 인허가 단축 공정관리 매뉴얼’을 공개했다. 복잡한 정비사업 절차를 단계별로 정리하고, 실제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기간 단축 노하우를 담아 사업 장기화 해소에 나선 것이다.
이번 매뉴얼의 핵심은 구역 지정 이후 반복되는 보완 요구와 행정 절차 지연을 줄이는 데 있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 도입으로 정비사업 구역지정 기간을 기존 5년에서 2년 내외로 단축했지만, 이후 인허가 단계에서는 여전히 수년씩 사업이 늦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업이 지연되면 금융비용과 공사비가 늘어나고, 결국 조합원과 주민의 분담금 부담이 커지는 만큼 행정 효율화가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매뉴얼에는 총 24개의 기간 단축 방안이 담겼다. 인허가에 필요한 업무를 미리 준비하는 ‘사전이행’ 11개, 두 가지 이상의 절차를 동시에 추진하는 ‘병행이행’ 5개, 제도 개선과 규제 완화를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전활용’ 8개다. 기존의 법령 설명 중심 자료와 달리 조합과 자치구가 어떤 순서로, 어떤 시점에, 어떻게 움직여야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는지를 실무 중심으로 풀어낸 점이 특징이다.
서울시는 또 정비사업 전 과정을 구역 지정부터 착공까지 6단계로 나누고, 단계별 표준 처리기한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조합은 각 사업장의 여건에 맞춰 보다 구체적인 공정 목표를 세울 수 있고, 자치구 역시 목표 시점에 맞춘 적극적인 행정 지원 체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 사례도 제시됐다. 관리처분계획 수립에 필요한 자산평가는 사업시행계획인가 고시일을 기준으로 해야 하지만, 이를 맡을 감정평가법인 선정은 인가 이전에도 가능하다. 즉 관련 부서 협의와 공람이 진행되는 동안 감정평가법인 선정 절차를 병행하면 수 주 이상의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런 식의 사전 준비와 병행 처리만 정착돼도 현장의 체감 속도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매뉴얼은 단순한 행정 안내서에 그치지 않는다. 신속통합기획 2.0을 통해 도입된 인허가 규제혁신 내용까지 절차도에 반영해, 조합과 자치구가 제도 변화를 놓치지 않고 실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이 자료를 ‘정비사업 정보몽땅’에서 누구나 내려받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시민 이해를 돕기 위한 숏폼 콘텐츠도 ‘서울정비go’ 채널을 통해 순차 공개할 계획이다.
정비사업의 성패는 결국 속도와 예측 가능성에 달려 있다. 서울시가 이번 매뉴얼을 통해 제시한 방향은 무리한 절차 생략이 아니라, 가능한 업무를 앞당기고 겹쳐 수행해 전체 일정을 관리하자는 데 있다. 재개발·재건축이 더는 끝이 보이지 않는 장기 사업이 아니라,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주택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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