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 집값 신화 흔들… “50평이 30평 값” 급락에도 거래는 얼어붙었다
압구정 잠실 잇단 호가 하락, 전세까지 동반 약세… 세제 불확실성과 금리 부담에 매수 심리 급랭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서울 강남권 아파트가 급격한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 고점 대비 수십억 원 낮춘 급매물이 쏟아지지만 거래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장은 가격이 아니라 심리에서 먼저 무너지고 있다.
24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압구정 현대6·7차 전용 144㎡(48평)는 현재 67억원 선에 매물로 나와 있다. 불과 지난해 하반기 80억원대에 거래됐던 점을 감안하면 15억원 이상 하락한 수치다. 설 연휴 전후 등장했던 급매보다도 더 낮은 가격이다. 거래가 끊기자 호가가 연쇄적으로 내려앉은 것이다.
인근 신현대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전용 155㎡(54평) 매물이 75억원에 나왔다. 이는 지난해 30평대인 전용 107㎡가 75억원에 거래됐던 가격과 같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평형이 거꾸로 간다”는 말까지 나온다.
현장 분위기는 냉각돼 있다. 압구정동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급매가 나와도 바로 거래되지 않는다”며 “매수자들은 추가 하락을 예상하고 관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격이 내려도 수요가 따라붙지 않는 전형적인 하락장의 모습이다.
잠실 역시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잠실 엘스 전용 84㎡는 지난달 37억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동일 면적 매물은 30억원 초반까지 내려왔다. 최초 31억원에 나왔던 매물조차 한 달 새 추가로 가격을 낮췄다. 리센츠 전용 84㎡ 역시 30억원 선에 매물이 등장했고, 실수요자에게는 추가 협상 여지도 열려 있다.
전세시장도 동반 약세다. 잠실 엘스 전용 84㎡ 전세는 한 달 전 13억원에서 현재 10억원까지 떨어졌다. 대규모 입주가 시작된 잠실 래미안아이파크와 잠실 르엘의 영향으로 공급이 늘어난 결과다. 두 단지 전세 역시 연초 17억원 수준에서 최근 10억원 안팎으로 내려왔다.
이 같은 흐름은 인근 단지로 확산되고 있다.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지난달 31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25억원대 매물이 등장했다. 잠실에서 시작된 가격 조정이 가락동 일대까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하락의 배경으로 정책과 금융 환경을 동시에 지목한다. 정부가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세제 불확실성이 커졌고, 금리 상승 압력까지 더해지면서 매수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초기에는 다주택자가 매도에 나섰지만 최근에는 고가 1주택자까지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 이후 보유세 개편과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선제 대응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부동산 규제 강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는 점도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다주택자와 비거주 고가주택 보유자를 정책 과정에서 배제하겠다는 메시지는 시장에 강한 신호로 작용했다. 여기에 주요 선진국 대비 낮은 보유세 수준을 언급하며 세 부담 강화를 시사한 점 역시 매도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보유세 인상 기대와 금리 상승 전망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며 “가격이 더 내려갈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 거래 회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남 부동산 시장은 지금 방향을 잃은 채 흔들리고 있다. 가격은 이미 내려왔지만,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기대다. 그리고 지금 시장을 지배하는 기대는 ‘더 떨어질 것’이라는 확신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