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쌤 곽대근의 아동인권칼럼 ①] 배울 권리에는 출신지가 없다

무릎 꿇는 어른들과 경계에 선 아이들, 교육은 호의가 아닌 온전한 권리다

“어디서 왔니” 대신 “무엇을 꿈꾸니”, 한 아이의 고유한 이름을 부르는 사회로

지난 9월 17일 서울 강서구 여명학교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조명숙 교장이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북한이탈주민 청소년의 남한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설립된 여명학교는 2004년 관악구에서 문을 연 뒤 여러 차례 거처를 옮겼다. 2019년 은평구 이전이 무산된 뒤 2023년 3월부터 옛 염강초 건물을 빌려 운영하고 있다. 정식 교사 건립을 위한 주민설명회에서 다시 거센 반대가 나오자 교장은 아이들이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학교 건립 과정에서 주민들이 절차와 시설계획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그러나 논쟁이 학생들의 출신과 배경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거부로 옮겨가는 순간 문제는 달라진다. 그때부터 문제는 건물 하나를 어디에 세우느냐를 넘어 ‘모든 아이에게 차별 없이 배울 권리가 있는가’라는 아동인권의 질문이 된다.

질문 넘어 빛나는 교실로 - Ai생성 이미지

출신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아이’가 되는 순간

일상 속 무심코 건네는 질문들은 종종 아이들에게 거대한 장벽으로 다가온다.

“어느 나라에서 왔니?”, “엄마는 어느 나라 사람이야?”, “한국말 정말 잘하네.” 한 번의 질문은 호기심일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받아야 하는 아이에게는 자신이 계속 ‘다른 사람’임을 확인받는 경험이 될 수도 있다. 이름보다 국적을 먼저 묻고, 무엇을 좋아하는지보다 부모의 출신지를 먼저 궁금해한다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아이와 아이 사이에 경계선을 긋게 된다.

 

또한, 고유한 이름과 개성 대신 출생지와 부모의 배경을 앞세우는 사회적 시선은 성장기 청소년들의 내면에 깊은 심리적 피로감과 단절감을 형성한다.

 

통계로 확인되는 다문화 교실 현실

이 문제는 더 이상 소수의 이야기가 아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2026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초·중등학교(각종학교 포함)의 이주배경학생은 21만838명이다. 2025년 20만2,208명보다 8,630명, 4.3% 증가했다. 전체 학생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도 4.3%로 전년보다 0.3%포인트 높아졌다. 이주배경학생이라는 명칭은 국제결혼가정 자녀와 외국인가정 자녀를 포괄하는 교육통계상의 개념이다. 이러한 통계수치는 우리 교육 현장이 다변화된 인구구조를 수용할 체질 개선을 요구받고 있음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여명학교의 북한이탈주민 청소년과 교육통계상의 이주배경학생은 행정적으로 동일한 범주가 아니다. 그렇지만 두 사례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은 닮아 있다. 

 

“출신과 배경이 다른 아이를 먼저 ‘다른 아이’로 볼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꿈과 이름을 가진 한 사람의 아이로 만날 것인가.”

칼럼내용 이해를 위한 Ai 생성 이미지

배울 권리에는 출신지가 없다

우리 법의 기준은 분명하다. 「아동복지법」 제2조는 아동이 자신 또는 부모의 출생지역·인종 등을 이유로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고 자라야 한다고 규정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2조 역시 인종·언어·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다. 제28조는 모든 아동의 교육받을 권리를 인정하고, 제29조는 교육이 아동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과 언어, 가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힌다. 

다시 말해, 교육은 어른이 아이에게 베푸는 호의가 아니다. 아이에게 이미 주어진 권리다.

 

교류가 편견을 이긴다: 다문화수용성의 교훈

「2024년 국민 다문화수용성 조사」도 중요한 단서를 보여준다. 청소년의 다문화수용성은 69.77점이었다. 외국인 또는 다문화가정 친구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접촉하는 청소년은 72.50점, 거의 접촉하지 않는 청소년은 68.55점이었다. 다문화 관련 활동에 참여한 청소년도 70.83점으로 미참여 청소년의 69.52점보다 높았다. 이 수치만으로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실제 만남과 교류의 경험이 편견을 낮추는 데 중요한 조건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여성가족부, 2025)

 

그래서 어른들의 질문부터 달라져야 한다. “어디서 왔니?”라고 묻기 전에 “무엇을 좋아하니?”, “무엇을 배우고 싶니?”,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라고 물어보자. 

아이는 부모의 국적과 출신을 설명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자신의 꿈을 찾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태어난 존재다.

 

이렇듯 질문의 방향을 전환해 출신지가 아닌 관심사와 미래의 포부를 묻는 시선이 정착될 때, 비로소 교실은 모든 아이들이 상처 없이 배움에 몰입할 수 있는 온전한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교장이 무릎을 꿇어야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사회라면, 

우리가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은 아이들의 출신이 아니라 아이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다.

 

[필자 소개] 곽대근 칼럼니스트 
필자는 한국아동인권센터 교육이사로 활동하며 30년 넘게 교육 현장에서 아동과 청소년을 만나왔다. 영어교육을 비롯해 아동·청소년 인권, 생명존중·자살예방, 장애인식개선, 약물·마약 예방, 효 교육, 진로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강의하고 있다.

특히 마술과 이야기, 참여 활동을 접목해 어렵고 무거운 주제를 아동·청소년이 직접 생각하고 참여하는 교육으로 풀어내고 있다. 

굿쌤 곽대근의 아동인권칼럼」을 통해 일상의 말과 시선,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에서 놓치기 쉬운 아동의 권리를 현장 사례와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이야기한다.

작성 2026.10.03 21:30 수정 2026.10.0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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