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가 원룸 월세 62만원 돌파 대학생들은 고시원·하숙집으로 밀려난다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평균 월세 62만5000원 1년 새 7.7% 상승
서울대 인근 26% 급등 관리비까지 두 자릿수 상승
다음달 가을학기 개강을 앞두고 서울 대학가에 ‘월세 쇼크’가 덮치고 있다. 주요 대학 인근 원룸의 평균 월세가 62만원을 넘어선 데다 관리비까지 두 자릿수로 뛰었다. 치솟는 주거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대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보증금 부담이 작은 고시원과 셰어하우스, 하숙집으로 밀려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28일 지난달 등록된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근 원룸의 월세와 관리비를 분석한 결과, 평균 월세는 62만5000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월 58만1000원보다 7.7% 올랐다.
월세만 오른 것도 아니다. 평균 관리비는 같은 기간 7만5000원에서 8만4000원으로 10.9% 상승했다. 월세와 관리비를 합치면 대학생이 매달 부담해야 하는 주거비가 70만원을 넘어서는 셈이다.
상승폭이 가장 가파른 곳은 신림·봉천 등 서울대 인근이다. 이 지역 평균 월세는 지난해 42만3000원에서 올해 53만3000원으로 26% 급등했다.
다른 주요 대학가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외대 인근 원룸 월세가 15.1% 상승했고 연세대 10.4%, 중앙대 9.4%, 한양대 9.2% 등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학생만 사는 대학가 아니다 직장인 취준생 수요까지 몰려
대학가 원룸 월세가 가파르게 오르는 배경에는 달라진 임대 수요가 자리하고 있다.
대표적인 요인으로 졸업 이후에도 대학가 원룸을 떠나지 않는 취업준비생과 직장인이 꼽힌다. 회사가 밀집한 도심 업무권역의 전 월세 가격이 더욱 가파르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주거비가 저렴한 대학가에 계속 머무는 청년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을 구한 뒤에도 대학가 원룸을 떠나지 않거나, 오히려 비싼 업무지구를 피해 대학가로 들어오는 직장인 수요까지 더해지고 있다. 대학가 원룸이 더 이상 대학생만을 위한 주거시장이 아닌 셈이다.
청년 1인 가구 증가도 주택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서울에 거주하는 20~34세 청년 1인 가구는 66만 가구에 달했다. 5년 사이 약 21% 증가한 규모다.
문제는 원룸 월세가 직장인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재편되는 동안 소득이 없거나 제한적인 대학생들의 선택지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가격 경쟁에서 밀린 대학생들은 보증금이 없거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고시원과 셰어하우스, 식사를 제공하는 하숙집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원룸 포기한 대학생들 다시 늘어나는 고시원
늘어나는 수요를 따라 서울의 고시원 수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 고시원은 2024년 5115곳에서 올해 5180곳으로 늘었다. 대학가가 밀집한 신촌권에서도 2022년 114곳이던 고시원이 지난해 121곳으로 증가했다.
대학생들의 선택에는 무엇보다 보증금과 월 주거비 부담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번 학기 회기동 인근 고시원에서 생활하기로 한 경희대 학생 A씨(21·여)는 “고시원도 창문이 있거나 조금 더 넓어서 지낼 만한 곳은 가격이 상당하고 나름 경쟁도 있다”면서도 “보증금 부담이 적은 곳을 원해서 여성전용 고시원에 왔다”고 말했다.
고시원이라고 해서 반드시 저렴한 것도 아니고, 상대적으로 주거환경이 나은 방에는 수요가 몰린다는 얘기다.
하숙집으로 방향을 돌리는 학생도 있다.
이달 초 신림동 인근 하숙집에 들어간 숭실대 학생 B씨(23·남)는 “8월이 임박해 월세 방을 구하려고 했더니 마음에 드는 곳은 예산을 초과해서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며 “원룸 말고는 어차피 공동생활을 하게 되니 이왕이면 식사가 제공되는 하숙집을 택했다”고 말했다.
청년 주거난은 ‘현재진행형’인데 주택 공급은 언제
대학생과 청년들이 높은 월세를 피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밀려나고 있지만 정부와 서울시의 청년주택 정책은 당장 이들이 체감할 수 있는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서울시는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을 용산과 강남 중 어디에 지을 것인지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공급계획이 확정되더라도 실제 입주까지 최대 10년이 걸릴 수 있다. 지금 당장 높은 월세와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인 대학생과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불거진 ‘폐버스 하우스’와 ‘고시원 욕조 설치 허용’ 논란을 둘러싼 청년층의 분노도 이 같은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폐버스를 개조해 청년들에게 임시 주거공간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가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국토교통부도 최근 고시원의 개별실 내부에 욕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책상 등 학습시설을 반드시 갖추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내용의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가 철회했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라는 반발이 거세게 일었기 때문이다.
“
집값 신호보다 청년이 살 만한 집 만드는 게 먼저”
현장에서는 청년주택의 장기적인 공급계획과 별개로 현재 대학생과 청년이 처한 주거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학가 월세가 빠르게 상승하는 상황에서 청년주택을 어디에 얼마나 공급할지를 논의하는 것만으로는 당장의 주거난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시내 한 대학 교수는 “일선 현장에서 대학생들이 주거난 때문에 겪는 어려움을 체감할 정도”라며 “당장 집값을 잡기 위한 시그널(signal)보다는 당장 청년들에게 좋은 주거환경을 만드는 데 정책 역량이 집중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학가 원룸 월세 62만5000원. 여기에 평균 관리비 8만4000원을 더하면 매달 70만원이 넘는다. 대학생에게 주거비는 이제 단순한 생활비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원룸을 포기하고 고시원을 찾고, 독립생활 대신 공동생활을 선택하고, 월세를 줄이기 위해 주거환경의 눈높이를 낮춰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학가 월세 상승이 단순한 부동산 가격 문제가 아니라 청년들이 어떤 환경에서 대학생활과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주거의 질’ 문제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문의 : 031-563-2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