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실거주 중심으로 부동산 세제를 개편하면서 아파트 리모델링 단지가 새로운 제도 사각지대로 떠오르고 있다. 재개발·재건축은 공사로 집을 비우는 기간의 일부를 거주기간으로 인정하지만 리모델링에 따른 이주기간은 명시적인 인정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사업 방식에 따라 세제상 거주기간이 달라질 수 있어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은 실거주 여부를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공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방향을 담았다. 1년 이상 거주한 뒤 취학·전근·질병·해외 체류·부모 봉양 등 불가피한 사유로 다른 지역으로 옮긴 경우 최대 3년의 비거주 기간을 거주기간으로 인정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재개발·재건축에도 별도 특례가 적용된다. 정비사업으로 기존 주택이 철거돼 거주할 수 없는 경우 신축주택에 입주하기까지 공사기간의 절반을 거주기간으로 인정하는 내용이다. 다만 관리처분계획 인가 당시 일정한 실거주 요건을 갖춰야 하는 등 세부 조건이 있어 모든 조합원이 동일하게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논란은 리모델링에서 시작된다. 리모델링도 공사가 본격화하면 주민들이 기존 주택을 비워야 하고 상당 기간 이주생활을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공개된 세제개편안에는 이 기간을 재개발·재건축처럼 거주기간으로 인정하는 특례가 명시돼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실제 세 부담은 개인별 보유·거주기간과 주택 수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장기간 이주하는 일부 소유자는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향권에 놓일 수 있는 사업 규모도 작지 않다. 한국리모델링융합학회(KRC)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는 83곳, 기존 가구는 7만3120가구다. 전국적으로는 150개 단지, 12만1317가구에 이른다. 서울 외에도 용인 14곳, 안양 10곳, 분당 9곳, 수원 8곳 등 수도권에 사업지가 집중돼 있다.
다만 이 수치를 곧바로 ‘12만가구의 세금 증가’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리모델링 추진 단계와 실제 이주 여부가 단지마다 다르고, 세금 역시 소유자의 거주기간과 보유 형태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리모델링 추진 물량 가운데 공사 단계에 들어간 가구는 아직 일부에 그친다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제도 형평성 문제는 남는다. 리모델링 역시 주민 의사와 무관하게 일정 기간 거주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재개발·재건축과 유사하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실거주 원칙을 강화하더라도 정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이주까지 세제상 불이익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기준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핵심은 리모델링 추진 가구 전체에 세금이 늘어나느냐가 아니다. 같은 이유로 집을 비워야 하는 정비사업인데도 사업 방식에 따라 거주기간 인정 기준이 달라지는 것이 타당한지가 쟁점이다. 향후 시행령과 입법 과정에서 리모델링 이주기간을 별도 특례로 인정할지 여부가 시장의 주요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한국 AI부동산신문 조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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