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시장을 세금과 대출 규제만으로 단기간에 안정시키기는 어렵다. 주택은 공급을 계획한 뒤 실제 입주하기까지 적어도 수년이 필요하지만, 세금과 금융 규제는 발표 직후부터 사람들의 매수·매도와 임대차 판단을 바꾼다. 정책이 시장에 작용하는 속도와 주택이 공급되는 속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부작용 없는 단기 부동산 대책은 사실상 존재하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몇 달간 거래량이나 집값을 누르는 정책이 아니다. 인구가 감소하고 도시가 고령화되는 앞으로의 20년, 30년을 내다보며 어느 지역에 주택을 공급하고 기존 도시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1. 단기 대책은 시장의 문제를 잠시 미룰 뿐이다
실거주자에 대한 세 부담 완화나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는 정책은 일정한 효과를 낼 수 있다. 과도한 갭투자를 억제하고 일부 주택이 시장에 나오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대책만으로 주택시장의 구조가 바뀌지는 않는다.
오히려 실거주 요건을 지나치게 강화하면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기 위해 기존 세입자의 계약을 종료하는 일이 늘어날 수 있다. 매매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도입한 정책이 전세와 월세 매물을 줄여 임대료를 올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면 매물이 잠기고, 한시적으로 완화하면 특정 기간에 매물이 몰릴 수 있다. 대출을 조이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까지 어려워지고, 규제를 풀면 다시 가격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 하나의 정책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할수록 다른 시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2. 인구감소 시대에 외곽 개발은 미래의 비용이 된다
주택이 부족할 때마다 도시 외곽의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대규모 택지를 조성하는 방식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새 아파트가 공급되면 당장은 주택 부족을 해소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외곽 신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도로, 철도, 학교, 공원, 상하수도와 같은 기반시설을 새로 설치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건설 이후다. 기반시설은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보수하고 교체해야 한다. 인구가 늘어나는 시대에는 새로운 주민이 내는 세금으로 관리비용을 감당할 수 있었지만,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취득세와 재산세 등 지방세 수입은 감소하는데, 관리해야 할 도로와 시설은 계속 늘어난다.
일본의 여러 외곽 신도시가 보여주듯 젊은 인구가 도심으로 이동하고 고령자와 빈집이 늘어나면 상권과 대중교통이 약화될 수 있다. 지금 공급하는 수도권 외곽 주택이 30년 뒤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자연환경을 훼손하면서까지 도시의 면적을 넓히는 정책이 미래 세대에게 막대한 유지관리 비용을 넘기는 선택은 아닌지 질문해야 한다.
3. 해법은 도심 정비와 가치 중심의 선택이다
인구감소 시대의 현실적인 대안은 기존 도심의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미 지하철과 도로, 학교, 병원, 상하수도가 갖춰진 지역을 정비하면 신규 기반시설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시민이 실제로 거주하기를 원하는 지역에 새 주택을 공급한다는 점에서도 외곽 개발보다 효과적이다.
물론 모든 재개발·재건축을 무조건 허용하자는 뜻은 아니다. 세입자 보호, 이주대책, 사업비 검증, 조합 운영의 투명성, 적정한 공공기여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동시에 사업이 지나치게 지연되지 않도록 복잡한 심의와 인허가 절차를 합리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공인중개사와 부동산 전문가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단기 정책 발표와 시장의 공포를 이용해 무리한 대출이나 갭투자를 권하는 영업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통과 일자리, 생활 기반시설, 인구 변화, 정비사업 가능성을 함께 살펴 장기간 가치가 유지될 자산을 안내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의 성패는 발표 직후 집값이 올랐는지 내렸는지로 판단할 수 없다. 30년 뒤에도 사람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시를 만드는 정책인지가 더 중요하다. 이제는 도시를 계속 넓히는 공급에서 기존 도시를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되살리는 공급으로 전환해야 한다.
문의 : 김휘천기자 010-2399-3574









